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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횡령사고, 동아건설 박부장 사례

최근 은행권 횡령사고 뉴스가 많이 보이더라. 모든 법인이 횡령사고를 당해서는 안 되겠지만 특히나 관리 감독이 강해야 할 금융권 마저 이런 사고가 나다니…믿을 게 없는 세상인 듯 하다.

법인 횡령사고 기사나 사례를 보면 금액별로 최근 경남은행과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언급되는데 그 중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혹은 잊혀진 동아건설 횡령사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동아건설 횡령사고

2009년 신입 모집

리비아 대수로 공사로 잘 알려진 동아건설 그룹은 IMF 전만 해도 잘나가던 기업집단이었다. 기억하기로 대한통운 역시 동아건설 그룹 계열사였고 꽤나 많은 계열사가 현재 다른 이름으로 남아 있다.

IMF 이후 동아건설 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이후 신규 채용 없이 유지되다가 2009년 당시 프라임 그룹 (현재 강변역 테크노마트)의 자회사로서 수 년 만에 신입 모집을 하였고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입사 후 회사를 보니 내 바로 위 ‘사수’가 40대 중반의 차장급이었으니…그동안 얼마나 많은 침체 시기를 겪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ERP 시스템이 DOS 기반의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 정말로 충격이었다.

그래서 회계 전표나 장부 출력을 하기 위해서 다른 층에 있는 ‘도트 프린터’를 이용해야 했는데 ‘리본 잉크’가 꼬여서 출력할 때마다 진땀을 뺀 기억이 있을 정도였다.

동아건설 횡령사고 발생

입사 후 회계팀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바로 옆 자금팀에 ‘박부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굉장히 털털한 성격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부친상을 당하여 나를 비롯한 회계팀 신입 동기들이 장례식장에 가서 허드렛일을 도와주었다.

기억으로는 좀 황당한 점도 있었다. 신입 사원이었던 우리들을 마치 ‘상조회 직원’인 것처럼 부려 먹었기 때문이었는데 밤을 새우고 나니 고생했다며 찜질방이라도 가라고 몇 푼 손에 쥐여 줬었다.

*시간이 지나 횡령 사고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왜 장례식 때 고생했다고 돈 천 만 원 쥐여 주지 않났냐라는 푸념을 했었다.

그 날이 아마도…토요일이었던 거 같았는데 주말을 집에서 쉬고 정상 출근을 하니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바로 동아건설 ‘박부장’의 횡령사고가 부친상 장례를 치르는 도중 발견된 것이었다.

사건 요약

이미 14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도 없고 당시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모든 정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러한 내용이었다.

동아건설은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있었는데 ‘에스크로우’계좌에서 박부장이 자금을 수년에 걸쳐 조금씩 인출했었고 그 기간 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었다.

에스크로우 (escrow) 계좌는…법원 판결 확정 시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돈이었는데 회계 감사 기간 동안 아무도 원본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고 박부장과 관련된 ‘모 차장’은 회계 감사 기간 동안 제출해야 할 통장 사본을 조작하였었다.

그렇게 야금야금 빼 먹은 돈이 바로 1900억 대였다. 당시 계좌 관리 은행은 신한은행이었는데 관련 담당자도 연관이 있다는 말이 언뜻 들리긴 했었는데 최종적으로 어떠한 판결이 있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수소문

재미난 사실은 ‘박부장’은 장례를 치르는 동안 낌새를 눈치채고 도주해 버렸는데 같은 자금팀 소속 ‘모 차장’은 그러지 못해 출근을 했고 바로 잡혀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동아건설에 남아 있던 직원들은 ‘전단지’를 들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지명수배자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테크노 마트 앞에서도 나누어 주었던 기억이 있는 거 같다.

동아건설 횡령사고 현상금 전단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어느 지역의 한 식당에서 현상 수배 전단지를 본 가게 주인이 신고하여 박부장은 그렇게 검거되었다. 찾아 보니 22년 형을 받았다고 되어 있던데 세월 참 빠르다. 당시 카더라에 의하면 어느 밭에 돈을 묻어 두었다는 말도 있었다.

재미난 사실은 이 사건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박부장 자녀의 SNS에 고급 빌라, 승용차, 가구 등의 사진과 온갖 자랑 글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것은 박부장 검거 후 그들의 자녀 중 한 명이 ‘얘들아 멀리 가니 당분간 못 볼 거야’라는 식의 감성(?)에 젖은 글을 남겼다는 것.

후폭풍

프라임 그룹은 어떤 면에서 본다면 동아건설의 자산을 ‘빨아먹는’ 곳이었다. 빨대를 꽂은 입장에서 큰 자산이 사라졌으니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부 조력 의심자’ 색출에 나섰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당시 회계팀 세무 담당자였던 과장이었는데 그룹 회장실에 끌려가서 ‘너도 가담자’아니냐는 식의 취조를 많이 당했다고 했었다. 결국 그 과장님은 퇴사를 하고 말았다.

그 이후 10여 년이 지난 뒤 우연히 삼성역 코엑스 인근 식당에서 우연히 그를 보게 되었는데 이렇다 할 인사 없이 지나쳐 갔다.

이직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주변 선배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인해 면접을 보며 다른 곳으로 중고 신입 이직을 할 수 있었다. 그때 옮긴 곳이 L모 그룹 계열사였는데 당시 회장님이 최종 면접을 보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말이 있는데 ‘왜 회사가 어려울 때 퇴사’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말 그대로 횡령사고로 동아건설이 휘청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는데 나의 답은 간단했다.

‘젊은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 올기려 합니다.’

횡령사고와 처벌

뉴스를 보면 대형 횡령사고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소소한(?) 횡령 사고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댓글을 보면 처벌 수위가 약하여 오히려 고액 연봉자 수준이 아니냐는 것도 볼 수 있는데 틀린 말이 아닌 거 같다. 횡령을 한 사람이 처벌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일까?

*한 가지 첨언을 더 한다면 이직 후 삼일아카데미에 회계 교육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의례 강사들이 하나씩 썰을 푸는 것처럼 해당 강사도 재미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동아건설 횡령사고였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한 곳이 동아건설이었는데 제정신이 박혔나 싶더라.

2009년 당시 동아건설 박부장 횡령사고를 겪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그곳에 남아 있을까? 추가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 이후 몇 번의 이직을 더 하였는데 마지막 직장에서 횡령사건 500억을 또 맞이하였다. 물론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결국 내가 살면서 회사에서 간접적으로 겪은 횡령 사고 규모가 2400억 대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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