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40대가 되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줄 생각도 못 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세상살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나마 다른 난임 부부와 다르게 이미 자녀가 있다는 것. 다만 뒤늦게 둘째 계획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이가 40이 되다 보니 자연임신이 잘되지 않아 결국 시험관 아기 시술을 결정하게 되었다.
비용이 고민
그러고 보면 최근 출산율 감소에 대한 뉴스 기사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출산율 감소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번 글에도 이야기했듯이 정말로 국가적으로 걱정을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 뭐 솔직히 말하자면 시험관 아기 지원금 같은 거 말이다.
늦게 결혼을 했건 나처럼 뒤늦게 둘째 계획을 가지건 간에 나이라는 것을 아무리 포장해도 속일 수 없다.
물론 젊은 나이에도 난임을 겪는 부부가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30대 후반, 40대가 되면 자연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나처럼 시험관 아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나 나처럼 외벌이거나 소득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처음부터 시험관을 결정하는 부부도 있겠지만 자연임신을 시도하다가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병원에 가서 정자와 난자 채취를 했다.
이 과정에서 벌써부터 거의 백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더라. 시험관 하기 전 정자 검사 비용 15만 원, 난자 재취 비용 35만 원이 들었는데 난자 채취비 같은 경우 지원금을 빼고 약값 20만 원, 시술비 15만 원 정도가 들었다.
합해서 50만 원인데 그전에 집 사람이 자연 임신을 위해 병원에 가서 약을 받거나 주사를 맞는 거 까지 하면 거의 백 만원. 문제는 아직 시험관 비용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복지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출산율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40대 난임 부부 혹은 40대에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아직까지 와닿는 혜택이나 지원금은 없다는 생각. 딱히 뭐 과거랑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더라. ‘돈’이 문제다.
후회
외동딸 아이를 보노라면 미래에 우리 부부가 세상 떠난 뒤 혼자 덩그러니 세상에 남을 모습에 안쓰럽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참고로 우리 집 사람은 외동딸이고, 나에게는 형이 있는데 사실상 자녀를 포기한 상태이다.
그리고 나와 집사람 모두 친척간 교류가 다 끊어진 상태. 결국 시간이 지난다면 세상에 남는 사람은 외동딸 아이 한 명인 셈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둘째, 동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회사 재직 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둘째 생각을 접었는데 지금 반백수 상황에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다니.
한편으로는 나의 이기심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라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첫째가 벌써 초등학생인데 진작에 준비를 했다면 비용도 덜 들고 고생도 덜 했겠지. 참고로 집 사람 난자 채취를 했는데 9개가 나왔단다. 젊은 사람은 20개씩 나온다니 40대 노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40대 치고는 난자 채취량이 많다고 했단다. 앞으로 시험관 시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전적인 부담도 크고, 괜히 집 사람 고생만 시키는 거 같고 마음이 복잡 복잡하다. 물론 둘째 욕심은 내가 아닌 집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