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가 수명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은 기본이고 15~16년까지도 산다. 우리 집 시츄는 20년 넘게 살았다. 언제 데리고 왔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 확실한 것은 20년 이상 살았다는 것. 그런 시츄가 세상을 떠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을 떠나 보내야했다.
노견 강아지 안락사
사실 안락사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 좋은 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동물일지라도 정말로 자신이 아파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는 계속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또 사람이다 보니 그게 안 될 때가 있다.
우리 어머니 연세가 일흔 가까이 되어 가신다. 얼마 전에 허리 통증으로 수술도 하셨다. 그런데 20년 이상 살아온 노견이 되어버린 시츄가 너무 말썽이었다. 설쳐서 말썽인 것도 아니고, 병이 있어서 말썽인 것도 아니었다. 강아지가 두어 달 전부터 걷지 못하는 것이 화근이 되었다.
어느 수준이었냐면 누워서 밥 먹고 누워서 똥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방안에 그대로 용변을 보게 할 수 없으니 강아지를 마당으로 안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나간다고 해서 또 용변을 보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니 허리는 더 아프시고. 게다가 우리 집 시츄가 꽤나 묵직한 편이었다. 잘 먹여서…
일흔 넘은 부모님도 사람이다 보니 지칠 수밖에. 게다가 밤에 잠도 안 자다 보니 덩달아 잠을 못 주무시는 것도 고역이셨다. 그러니 스트레스도 받고 몸도 더 불편해지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루 종일 낑낑거리는 소리도 스트레스였단다. 결국 노견이 되어 버린 시츄를 안락사 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주변 병원에서는 약 처방만 하고 안 주더란다. 법과 관련된 소지가 있는지 까지는 모르겠고.
“이미 시츄 강아지 백내장이 온 지 오래되어서 앞을 못 본지도 오래되었고 이제는 걷지도 못하고 몸이 아픈지 하루 종일 낑낑거리는데 이렇다 할 질병이 없다고 안 된다니?” 수의사 마음이야 알 방법이 있나.
강아지 안락사 장례식장
결국 전화가 와서 하소연을 하시길래 검색을 좀 해보았는데 이 글을 누군가 볼지는 모르겠다. 이 블로그 자체가 네이버에서 노출이 되지는 않고 혹시나 본다면 구글에서 볼 가능성이 100%인데, 강아지 안락사를 해주는 장례식장은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된다.
검색어 앞에 ‘지역’을 넣고 ‘노견’ 정도만 추가해서 넣으면 나오는 곳에 문의를 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했다. 네이버야 뭐 강아지 안락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광고 노출하는 글밖에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 자기들과 연계된 수의사를 통해 안락사를 시키고 장례식까지 해준단다. 당연히 장례식을 안 치를 수는 없었다. 그게 돈벌이니까.
그리고 나중에 들어보니 수의도 입히고…이것저것 해서 강아지 안락사 비용과 장례식 비용까지 약 65만 원 정도 들었단다. 뭐…사람 운구차량처럼 차가 와서 데리고 갔다고 하니….
가는 길에 시츄도 낌새를 느꼈는지 차에서 똥 오줌을 싸면서 짖고 난리였단다.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걸까…아니면 앞은 안 보이지만 익숙한 냄새가 없어서, 처음 맡아 보는 냄새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거였을까…그렇게 이틀 전 20년 이상을 살아온 우리 집 시츄는 세상을 떠났다.
미안한 마음.
아무리 화가 나고 몸이 힘들다 해도 막상 그렇게 보내면 누가 마음이 편하겠나. 내가 대학생 때부터 기르던 강아지였다. 지금은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살지만 그래도 20년의 세월이다. 우리 부모님이야 항상 그 세월을 함께 해오셨던 거였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냈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고…한편으로는 시츄 녀석, 어차피 앞도 못 보고 걷지도 못하고, 낑낑 거리기만 하는데 본인도 속 시원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또 밥은 잘 먹었다고 하니…가기 전에 소고기라도 구워 먹이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그래도 행복했겠지.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겠지. 요즘에는 강아지 아프다고, 오래 못 산다고 사람 먹는 음식 먹이지도 않고 사료만 준다던데 우리 집 시츄는 좋은 거 다 먹었다.
고기 먹을 때는 고기도 주고 생선 먹을 때는 뼈 발라서 줬다. 명절에 내려가면 수육도 주고…맛있는 거, 사람 먹는 음식 다 먹고도 20년 동안 큰 병 없이 잘 살았다. 백내장은 시츄가 많이 걸린다 하고…우리 부모님도 백내장 수술을 하셨다.
시츄 20년 수명이면 사람으로 따지면 100세는 훨씬 넘었을 것이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따뜻한 방에서 자면서 호강하면서 살았다.
모든 강아지가 다 떠났다.
우리 집 강아지는 세 마리였다. 동시에 세 마리를 키운 것은 아니고 이번에 떠난 시츄와 그 이전에 먼저 떠난 시츄까지 두 마리를 키웠었다. 제일 먼저 떠난 녀석도 대략 17~18년 정도 살았었다. 원래 이 녀석만 키웠는데 나중에 이번에 떠난 녀석을 데리고 와서 함께 키운 것이었다.
먼저 떠난 시츄는 자다가 혼자서 방구석으로 쓱 갔었단다. 그러더니 말없이, 고꾸라지며 세상을 떠났다. 아픈 적도 없었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픈 소리도 없었고 그냥 그렇게 조용히 떠났다.
참… 이때가 언제였냐면 지금은 하늘로 간 첫째 아이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이 시츄라도 먼저 갔으니 첫째도 하늘나라에서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
첫 번째 시츄가 떠난 뒤 무슨 바람이 생겨서 그랬는지 어머니께서 유기견 말티즈를 데리고 오셨다. 이 말티즈는 몇 년 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신장이 망가져서 그런지 몰라도 맹물과 같은 오줌을 계속 싸다가 마지막에 조금 소란을 떨면서 세상을 떠났단다. 간질 끼도 좀 있었는데…죽기 직전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오줌 싸는 것을 어머니께서 직접 보셨으니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그리고 마지막 강아지, 이번에 떠난 시츄는 조금 안타깝지만 안락사로 떠나보냈다. 어느덧 40이 넘으니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부 고모 등이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함께 하던 강아지들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게 세월이라는 건가…?
산소에 나란히
우리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데 그 옆에 모든 강아지가 다 묻혀있다.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이 가지는 못했는데 강아지가 세상을 떠날 때마다 산소 옆에 아버지께서 묻으셨다. 이번에는 화장까지 했으니 유골을 들고 가서 묻으셨다.
노란색 꽃을 보니 참 저세상에서 그동안 먼저 간 녀석들과 즐겁게 지낼 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우리 첫째 딸과 잘 놀까 싶기도 하고. 친구도 없는 인생이지만 나도 언젠가 저 하늘로 가면 만날 강아지 많아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집 강아지는 모두 세상을 떠나보냈다. 나이 40 넘어도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니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말과 글이 자꾸 길어지는 것이 아쉬움 때문인 거 같다. 이제는 마쳐야 할 시간. 저세상에서 잘 살고 먹을 거 있으면 많이 먹으면서 기다려라. 언젠가 보겠지.
약 10년 전 젊었던 시절의 우리 집 시츄들
시츄는 똥멍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순하다는 뜻. 멍청하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참 순한 강아지이다. 요즘에는 인기가 없는 거 같지만…
시츄의 가장 큰 단점은 수명이 길다는 것.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록 아픔은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