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앱으로 많이 알려진 블라인드 앱 접속 후 글을 보다 보면 여기도 많이 변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초창기에 출시한 직후 첫 직장 동기 녀석이 사람을 모아서 회사 개설을 했었고 그 이후로 틈틈이 이용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산뜻한 느낌이었다.
먼저 우리 회사 사람들 혹은 그룹사 사람들이 모여서 회사 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회사 사람들이 일반 게시판 (토픽)에 쓰는 글을 볼 수 있지만 초창기에는 타임워프라는 특정 이벤트 기간에만 자유롭게 글을 쓰고 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타 직장 사람의 글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재미가 있었다.
특히 직장인 관심사가 연봉, 이직, 회사 분위기, 우리가 모르는 사건 사고이다 보니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블라인드 앱 변질?
어느 순간부터는 토픽 게시판이 추가되었고 이벤트 기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장 사람들이 쓰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직장인 관심사가 재테크, 부업, 이직, 연봉 등 비슷하다 보니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회사 다니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정보 느낌? 그런데 지금은 좀 많이 달라진 거 같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끔 부동산 카페에서 보는 정치병자, 혐오론자 모임 소굴이 된 느낌?
블라인드 앱 글 내용이 변질되었다기보다는 그냥저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된 거 같았다.
사실 이직을 하면서 거의 접속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시간이 남아서(?) 한 번씩 보다 보면 굉장히 피로도가 높아지더라.
- 공무원과 사기업 직원들과의 대립 (연봉 무시, 정년 무시 등)
- 무차별적으로 무시당하는 새회사 혹은 스타트업
- 남녀 갈등
- 무조건적으로 추앙받는 의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 조작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어그로꾼들의 글
- 욕망에 불타는(?) 남녀
지금도 첫 직장 게시판에 접속이 되어서 간혹 둘러보기는 한데 글이 잘 없는 곳이다. 그래서 한 번 접속하면 추천 글 위주로 보는데 대부분 저런 내용이 다였다.
가끔 요리 자랑하는 여성 글이 올라오기도 하던데 ‘맛있겠다’, ‘요리 잘한다’라는 댓글도 있지만 ‘저러니 여성 권리가 추락한다(?)’, ‘저게 요리냐’, ‘남자가 그만큼 해준 게 있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댓글도 달리더라.
요리 글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좀 이상하더라(?) 왜 그리 화가 많지?
갈등과 분노
사실 사람이 모인 곳,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라면 분탕질이 일어나고 험담, 욕설, 인신공격이 난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회사 명찰 달고 있는 곳이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는데 한동안 접속을 안 해서 그런지 많이 바뀌었더라. 오히려 회사 명찰이 무기가 된 느낌?
회사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힘든데 직장인들 모인 익명 앱에서 저렇게 핏대 세우면서 싸우고, 주장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
물론 직장인 앱 답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 사고 글도 올라오기도 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진정한 블라인드 앱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월급쟁이라고 해서 무언가 대단히 성숙하고 지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다들 평범한 사람이니까.
다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서 위안을 얻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볼 법한 갈등과 비난, 폄하가 난무하기 때문에 이제는 ‘직장인 앱’이라는 타이틀을 떼는 게 맞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봉이나 사내 분위기 파악용으로는 아직까지 유용하겠지만…딱히 이직할 때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라는 느낌?
커뮤니티 특성 조작?
잠깐 어그로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최근 뉴스에 나왔듯이 블라인드 계정을 사고파는 사례가 있다. 나도 솔직히 누가 돈 주고 계정을 사고팔까 싶었는데 정말로 있을 줄이야.
사는 사람이야 나름의 목적이 있겠지만 파는 입장에서 회사 메일 정보를 줘야 하는데 아무리 이직하면서 전 직장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거를 팔고 싶나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참고로 나도 첫 직장 아이디가 아직 유효하다. 왜냐하면 정기적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짜 계정이 늘어나는 만큼 조작 글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블라인드 운영자 입장에서는 화제가 될수록 돈이 되니 놓아두고 있지 않나 싶다.
트래픽은 돈이기 때문이다.
가끔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대형 커뮤니티에서 의도적으로 어그로 조작 글을 쓰거나 방치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했듯이 이슈와 화제는 트래픽이고, 트래픽은 돈이기 때문이다. 언론사조차 검증되지 않은 커뮤니티 글을 퍼 날라서 기사랍시고 떠들어대는 세상이니까.
블라인드 앱
지금 생각해 보면 이직할 때 블라인드 앱을 통해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하는 사람이 정상(?)적인지 혹은 운 없게 인사담당자인지 알 수가 없겠더라.
정말로 재수 없으면 같은 팀 내 경쟁자가 눈여겨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누군가 보고 이번에 이직하는 사람이 분위기나 연봉 궁금해하더라고 알려줄 수도 있고. 발 없는 말이 괜히 천리를 가겠나 싶다.
나도 이직하면서 계속 설치는 해두었는데 지금은 심심풀이로 보려고 해도 재미도 없고 괜히 속만 시끄러운 거 같다.
나처럼 초창기 오픈 때 이용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 그리고 블라인드에서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윙 관련 글을 쓰면서 유료 강의 파는 사람이 있으니 주의할 것.
어딜 가나 시궁창인 건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곱씹어 본다.